2019. 10. 24. 12:33ㆍGo to 취미처돌이/읽기
2019.10.24
아가미 / 구병모
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
친구의 추천으로 재테크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.
월급쟁이로 시작하는 책을 집어들고 소설분야 구역을 구경하다 '아가미'를 발견했다.
전에 '위저드베이커리'를 추천받은 적이 있어, 작가분의 이름이 익숙했다.
나는 보통 책 뒷면에 적힌 추천사를 읽고 책을 구입하는 편인데,
위의 구절이 마음에 와닿아서 책을 사기로 결심했다.
책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적이 몇 년 된 것 같다.
이 책은 3시간 만에 읽었다. 내 기준으로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.
길게 이어지는 문장에도 불구하고, 문체가 독특해서 지루하지 않았다.
단순한 묘사인데도 작가분만의 문체가 입혀지자 특별한 문장이 되는 느낌이었다.
내용은 어두웠지만 그래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.
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.
그래서인지 나는 행복한 이야기보단, 깜깜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다.
존재를 부정당하며 살아온 곤이 안쓰러웠다.
하지만 강물에서만큼은 등에 있는 비닐만큼 빛나는 곤을 보며,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.
곤에게는 세상이 숨막히는 강물이었고, 강물이 숨 트이는 세상이었다.
곤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이자 은인인 강하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.
매번 던지는 말에 가시가 돋아있지만, 위기에 처한 곤을 외면하지 못한다.
강하는 곤에게 양가감정을 가진 것 같았다. 강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.
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, 강하는 곤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.
그 사랑에는 미움, 걱정, 투영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.
자신의 모습을 곤에게 비추어보며, 자신처럼 버려졌어도 곤만큼은 이 세상을 잘 헤엄쳐나가길 바란건 아닐까 싶었다.
"간절히 숨 쉬고 싶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상처, 아가미"
오랜만에 독서하는 재미를 느꼈던 책이었다.
다음엔 '파과'나 '한 스푼의 시간'을 읽어보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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